이제 산티아고에 가기 전 사리아에 가는 날이다. 트리아 까스테라에서 사리아로 가는 길은 2가지이다. 17km 정도 구간과 25km 구간이다. 마을을 벗어나려는 순간 나눠진다. 나는 당연히 짧은 구간으로 선택했다. 짧은 구간은 300미터 정도의 등산을 잠깐하고 쭉 내려오는 길이고, 긴 구간은 평탄한 길로 중간중간 마을도 있는 길이다. 산을 내려오다 보니 운무가 보였다. 그래도 산을 타고 빠르게 넘어가서 그런지 사리아까지 4시간 안 걸린 것 같다. 저 멀리 사리아가 보인다. 아직 하늘이 밝진 않지만 점점 맑아졌다. 사리아 외곽에서도 동물을 키우고 있다. 순례길의 대도시를 제외한 거의 모든 마을엔 염소, 소, 말 등을 볼 수 있었다. 오늘 저녁은 알베르게에서 라면을 먹고 여기 묵는 사람들이랑 바로 옆 바에 가..
순례길 29일 차 등산 끝 오늘 하산으로 순례길에서의 등산은 끝이 났다. 비가 많이 온건 아니었는데 안개나 살짝 날리는 비 때문인지 우비를 쓰고 다녀야 할 정도였다. 밤새 비가 오고 아침에도 살짝 내리는 비로 산 전체가 안개로 감싸였다. 거의 다 내려올 때까지 시야가 없었던 것 같다. 5km 구간에서 커피를 마시고 도착할 때까지 스트레이트로 하산했는데 무릎보호대 없으면 내 무릎도 같이 하산할 뻔했다. 오늘은 비가 와서 찍은 사진이 거의 없다. 앨범을 보던 중 순례길 표시에 대해 생각해 봤다. 산티아고 순례길의 프랑스길만 해도 780km에 달하는 길이다. 프랑스길 말고도 많은 길이 있는데 그렇다는 건 길이 있는 그 긴 구간에 방향을 표시해 주는 저 화살표가 있다는 것이다. 그게 산 꼭대기여도 어느 정도 거..
오늘은 난이도로 보면 2번째로 힘들다는 날이다. 20km를 걷고 8km 등산하는 날이다. 먼저 간 사람한테 물어보니 등산이 힘들었다고 하여 걱정이 조금 됐는데 생각보다 갈만 했다. 이제 짐도 어느 정도 정리된 것 같고, 생장에서 제일 저렴하게 산 스틱도 잘 모셔오다 이제 보내줄 때가 된 거 같아 알베르게에 기부하고 출발했다. 등산이라 스틱을 챙길까 고민했지만 짐이 될 것 같아 보내줬다. 출발할 때도 비가 올 것 같아 걱정을 했지만 비는 거의 맞지 않은 날이다. 스페인하숙 촬영지인 알베르게. 건물은 멋진 것 같은데 평이 안 좋다는 게 아쉽다. 순례길을 걸으며 터널을 처음 본 것 같다. 우리나라 같으면 산이라면 다 뚫어버렸을 텐데 여기는 산길을 뺑뺑 돌면서 도로를 만들어 놓은 데가 많다. 이 동네 와서 산이..
오늘은 스페인 하숙 촬영지로 알려진 빌라프랑카 델 비에르조라는 마을을 가는 날이다. 24km 정도인데 대부분 평지라 여유롭게 걸어갔다. 이제 순례길 완주까지 8~9일 정도 남았다. 내일 산만 잘 넘어가서 사리아까지만 가면 편안한 마무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사리아부터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지만 순례길 최소 인증거리가 사리아부터라고 하니 비수기여도 순례자가 많이 늘어날 것 같다. 오늘은 오랜만에 파란 하늘을 보며 걷는 날이다. 햇빛도 쨍쨍하고 날도 따뜻하여 걷기 좋은 날이었다. 비 와서 안 찍던 사진도 오랜만에 찍고 걸었다. 드디어 200구간이 깨졌다. 산 넘고 사리아 가면 순식간에 100km 구간이 나오겠지만 일단 앞자리가 바뀐 게 좋다. 처음에 700대 볼 때만 해도 '이제 시작이구나', '..
26일 차 우중하산 오늘은 1400 고지서 하산하는 날이다. 밤새 빗소리가 계속 들려 불안한 잠자리였지만 그 불안함은 크게 틀리지 않은 듯싶다. 알베르게에서 조식으로 빵과 커피를 마시고 8시에 비가 잦아든다 하여 8시까지 기다렸다 출발했다. 1000m 이하로 내려가기 전까지 안개와 구름이 자욱하고 바닥은 고인 물과 흐르는 물줄기가 가득했다. 2km 정도 가니 철의 십자가가 나왔다. 이곳에는 돌을 가져가 올려놓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국에서 돌을 가져오는 사람들도 많다. 중간중간 한글로 적힌 돌멩이들도 볼 수 있다. 비도 오고 안개의 수증기들이 바람과 함께 비처럼 날아온다. 바닥은 물이 고여있어 신발이 금방 젖어버렸다. 그래도 비만 미친 듯이 오는 게 아니면 어느 정도 수심까지는 버텨주는 것 같다. 그렇게 ..
25일 차 우중등산 오늘은 1400m까지 오르는 폰세바돈을 가는 날이다. 시작은 비도 안 오고 따뜻한 날이었지만 끝날 때 즈음부터 비가 오더니 우중등산이 되어버렸다. 아스트로가 고도는 800 조금 넘는 것 같다. 이때의 하늘은 구름도 이쁜 아침이었던 것 같다. 마을을 벗어나고 조금 지나서부터 낮은 언덕 길이 시작되었다. 이 언덕 경사는 오늘 끝나지 않았다. 도착지까지 이어지는 오르막의 시작이었다. 여기서 산을 가면 동물을 많이 볼 수 있다. 당나귀도 있고 소랑 머리 까만 양도 볼 수 있었다. 어제 있던 알베르게에서 봉사하는 한국분 중 한 분은 순례길이 이번이 5번 째이고 끝나고 알베르게에서 자원봉사를 한다고 하셨다. 나는 끝나면 홀가분하게 여행을 하고 싶을 것 같은데 순례자들을 위해 봉사를 한다는 생각 ..
오늘은 아스토르가로 가는 날이다. 24km 정도 가는 날이었고 거의 평지로 되어있다. 오늘 새벽하늘을 보니 달이 이쁘게 떠있었다. 오랜만에 달사진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첫 마을까지는 7km이며 이후에는 선택한 길에 따라 마을이 중간에 있을 수도 있고 쭉 갈 수도 있다. 나는 그냥 쭉 달려왔다. 도착한 첫 마을이었다.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긴 다리가 있었는데 오늘 날씨가 좋아서 사진도 잘 나온 것 같다. 다리를 건너가면 쉴 수 있는 카페도 있고 조금 더 걸어가면 물을 채울 수 있는 수도와 의자가 있다. 이제 275.. 일주일만 지나면 백키대로 떨어진다. 열 시 전까지는 그래도 쌀쌀한 편이라 마스크를 계속하고 다닌다. 그 이후에는 더워서 바로 빼버리는 것 같다. 저기 멀리 설산도 보인다. 오늘 출발할 때부..
23일 차 순례길 오늘은 새벽에 온 비 때문인지 오전 내내 안개가 자욱했다. 비가 더 오기 전에 빠르게 걷기 시작한 날이다. 오늘은 배낭 이야기를 조금 해보자면 최근 2-3일 갈비뼈와 가슴이 눌리는 듯하고 통증이 있었다. 오늘 그 이유를 알았는데 며칠 전 배낭 아래쪽 조이는 부분이 있었는데 부피를 조금 줄이고자 꽉 조였었다. 근데 그게 통증의 원인이었다. 아래가 조여지면서 가방 끈의 전체 길이가 작아진 것이었다. 처음엔 처음이랑 무언가 다른 듯 한 기분이었는데 날이 갈수록 가방은 더 무거워지고 통증 생겼다. 오늘 걷다 그 끈을 풀어보니 통증이 싹 사라지고 가방도 다시 가벼워진 느낌이었다. 12km 구간에 나온 바에서 에스프레소와 도넛 몇 개를 먹고 휴식을 취했다. 다음 마을까지 거리가 8킬로 정도 되니까..
오늘은 네 번째 도시 레온으로 들어오는 날이다. 새벽부터 비가 왔다. 8시 이전엔 멈춤 다고 하여 알베르게에서 대기하다가 출발했다. 첫 마을까지는 6km, 다음마을까지는 4km이고 8km 더 가면 레온이다. 10km 지점까지 쭉 달리고 의자에서 쉬며 숨 한번 돌리고 출발했다. 11시 반쯤인가 저 멀리 레온시가 보이기 시작했다. 커브를 도니 더 큰 도시가 보였다. 멀리 조금 하게 성당도 보였다. 레온 외곽부터 대성당까지 6km 정도였고 거의 1시간 넘게 들어갔다. 조금 쉬며 거의 20km를 오니 발바닥도 아프고 쉬고 싶은 시점이었다. 체크인 시간까지 시간이 좀 있어 같이 걷던 어르신(대장님)이랑 점심을 먹었다. 이것저것 시켜 먹었는데 역시 피자는 어디 가도 좋다. 오늘은 호스텔 8인실로 예약했는데 여기 아..
순례길 21일 차 - 지쳐가는 몸뚱이 3일째 20km 중반을 걷고 있다. 하루하루 체력이 100% 충전이 안되고 걷는 기분이다. 잠도 많이 자는데 체력은 더 빨리 소진된다. 오늘은 26km 정도 가는 코스다. 첫 마을까지 7km이다. 첫 마을까지의 체력은 버틸만했던 것 같다. 마을에 도착해 알 수 없는 시나몬 뿌려진 빵이랑 콜라를 먹었다. 한국 있을 땐 콜라를 거들더도 안 봤는데 여기 와서 콜라를 하루 한 캔 썩은 꼭 먹는 것 같다. 걸을 때 이만한 충전제가 없는 것 같다.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있었어도 콜라를 먹었을 것 같다.유럽에서 스타벅스를 제외하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보기 힘들다. 여기서 유일하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은 에스프레소 주문하고 카페 이엘로를 말하면 얼음컵을 주긴 한다. 하지만 내가 아는 ..
순례길 20일 차 유독 힘든 하루였다. 어제 비 맞고 힘들게 걸어서 그런지 오늘 유독 체력소진이 빨리되었다. 2번째 마을까진 가깝다. 그 후부터가 오늘의 지침이 시작됐다. 어제와 다르게 오늘의 시작은 맑은 하늘과 약한 바람으로 시작되었다. 그래도 바람이 약하니 걷는데 힘들지 않은 것 같다. 처음에는 여권이나 지갑, 핸드폰, 워치 등 물건을 꼭 챙기고 다녔었다. 알베르게는 누구나 들어올 수 있고 보통 밤 10시 전까진 오픈되어 있으니까 보조가방에 잘 간수하고 다녔다. 한 4일 차부터인가 보조가방은 걷는데 짐만 되고 배낭 속으로 던져 버렸다. 여권은 배낭 위쪽 주머니, 지갑은 바람막이 안주머니에 넣고 다니고, 알베르게 도착하면 여권은 배낭에 넣어둔 채 그냥 밖에 돌아다닌다. 워치나 버즈도 그냥 공용멀티탭에 ..
날마다 제일 힘들 날이 갱신되는 것 같다. 일단 오늘이 가장 힘들었다. 처음에는 바람이 불고 중간엔 비가 오고 신발을 말리면 격일로 다시 젖는 것 같다. 아침부터 살짝 비가 날렸는데 이때만 해도 그렇게 많이 오지 않았다. 오히려 멈췄다. 오늘 초반 1시간은 거의 강풍과의 싸움이었다. 최대돌풍 140km, 지나가다 보면 부러진 나무들도 보인다. 2시간쯤 걸었을 때인가 돌풍과 함께 비가 오기 시작했다. 조금씩 내리는 듯한 비도 1시간 넘게 맞으니 옷도 젖고 신발도 다 젖었다. 저벅저벅 걸어 다니고 발은 점점 붓고 있다. 첫 번째 마을까지 17km, 도착하니 언제 그렀냐는 듯이 하늘이 맑아지고 있다. 인간적으로 너무 맑았다. 그래도 돌풍은 줄지 않고 계속 불고 있다. 6시간 만에 오늘의 알베르게에 도착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