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차 우중등산
오늘은 1400m까지 오르는 폰세바돈을 가는 날이다. 시작은 비도 안 오고 따뜻한 날이었지만 끝날 때 즈음부터 비가 오더니 우중등산이 되어버렸다.
아스트로가 고도는 800 조금 넘는 것 같다. 이때의 하늘은 구름도 이쁜 아침이었던 것 같다.
마을을 벗어나고 조금 지나서부터 낮은 언덕 길이 시작되었다. 이 언덕 경사는 오늘 끝나지 않았다. 도착지까지 이어지는 오르막의 시작이었다.
여기서 산을 가면 동물을 많이 볼 수 있다. 당나귀도 있고 소랑 머리 까만 양도 볼 수 있었다.
어제 있던 알베르게에서 봉사하는 한국분 중 한 분은 순례길이 이번이 5번 째이고 끝나고 알베르게에서 자원봉사를 한다고 하셨다. 나는 끝나면 홀가분하게 여행을 하고 싶을 것 같은데 순례자들을 위해 봉사를 한다는 생각 자체가 대단한 것 같다.
일본인 봉사자 할아버지는 거의 십몇 년을 봉사하셨다고 한다. 순례길을 여러 번 온 사람들의 공통점이 조금씩 있는 것 같다. 자기가 아는 것을 알려주고 싶고 돕는 것을 행복해하는 것 같다. 물론 그게 선을 지켜 줄 정도라면 말이다.
그분이 산티아고 대성당 앞에 가면 눈물이 이유 없이 주룩 흐르고 행복하다고 하신다. 물론 나는 안 흘릴 것 같지만, 만약 눈물이 난다면 다른 이유로 이게 끝나서 행복해서 울지 않을까?
계속 산을 오르다 보니 비가 안 와도 안개와 수증기가 많아서 그런지 옷은 계속 젖고 있었다. 거의 5km 남은 지점부터 비가 오기 시작했다. 250m 정도의 고도가 남아있었다.
올라가는 길은 시냇물 흐르듯이 빗물이 흐르고 있고 올라갈수록 고인 물들이 많았다. 그래도 좌우 풀들이 많아 신발을 젖지 않고 도착한 것 같다.
오늘 목적지까지 다 왔다. 매일 아침마다 2500칼로리를 태운다. 살이 빠지긴 한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 뱃살은 그대로 인 것 같기도 하고..
오늘의 알베르게는 도네이션 알베르게이다. 자기가 원하는 만큼 기부를 하고 지내는 곳이다. 시설이 그렇게 좋진 않지만 이 마을에 오픈한 곳이 여기뿐이다.
오늘 저녁은 알베르게 할아버지가 해주는 스파게티를 와 와인으로 여기서 자는 사람들이랑 같이 먹었다.. 할아버지가 자기 인생 얘기를 해주는 것 같지만 뭔 소린지 거의 이해는 못한.. 😁
내일은 하산을 하는 날이다. 오른 만큼 내려가는데 아침엔 비가 멈출련지 모르겠다🫠
25일 차 폰세바돈까지 총 537.1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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