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길 21일 차 - 지쳐가는 몸뚱이
3일째 20km 중반을 걷고 있다. 하루하루 체력이 100% 충전이 안되고 걷는 기분이다. 잠도 많이 자는데 체력은 더 빨리 소진된다.
오늘은 26km 정도 가는 코스다. 첫 마을까지 7km이다. 첫 마을까지의 체력은 버틸만했던 것 같다. 마을에 도착해 알 수 없는 시나몬 뿌려진 빵이랑 콜라를 먹었다.
한국 있을 땐 콜라를 거들더도 안 봤는데 여기 와서 콜라를 하루 한 캔 썩은 꼭 먹는 것 같다. 걸을 때 이만한 충전제가 없는 것 같다.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있었어도 콜라를 먹었을 것 같다.
유럽에서 스타벅스를 제외하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보기 힘들다. 여기서 유일하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은 에스프레소 주문하고 카페 이엘로를 말하면 얼음컵을 주긴 한다. 하지만 내가 아는 그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아니다..
여기서는 그냥 에스프레소나 카페꼰레체(카페라테)가 더 맛있게 먹는 거 같다. 1일 여러 잔 먹는 얼죽아인 나도 여기 와서 따뜻한 커피만 먹고 있다. 물론 산티아고 도착 시 스타벅스가서 아아를 먹긴 할 것이다.
이제 조금 있으면 300km 대도 깨진다. 레온에 도착하면 300km 정도 남고 다음 주부터는 200km대이다. 이제 14일 정도 남았다.
레온에서 연박도 좋지만 이제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도 있기에 연박없이 걸어갈 예정이다.
어제오늘 바람도 잔잔하고 비도 별로 안와 걷기에 정말 좋은 날씨였다. 내가 생각한 가을의 순례길은 이런 날의 걸음이었는데 생각보다 빗나간 날이 많았다.
7km 구간에서 다음 마을까지는 12km이다. 와 이 12km가 생각보다 멀고 힘들었다. 마지막 1km 구간이 정말 힘들었다.
도착하자마자 이러고 20분간 누워있었다. 진짜 아무것도 하기 싫고 따뜻하니 좋았다. 여기서 20분 정도 쉬고 오늘의 목적지까지 6km를 달렸다.
평균 걷는 속도는 시간당 5km 정도 되는 것 같다. 처음 1주일은 4~4.5에서 익숙해지니까 5~5.5까지 올라왔다. 배낭을 메고 걷기에 딱 적당한 속도 같다.
오늘의 알베르게는 선착순 16명 제한이다. 그게 넘는다면 다른 숙소를 구해야 한다. 이 마을의 다른 숙소들은 대부분 25~30유로 이상인 것 같다. 저 안에 들을라고 조금 일찍 걸어온 이유도 있다.
알베르게 도착하여 햄과 계란을 넣고 라면을 끓여 먹었다. 배고픈데 추우니 엄청 잘 들어간다.
이제 걸을 때 땀도 안 나니 씻는 건 뒷전이고 배부터 채우고 쉬다 씻는 것 같다.
내일이면 레온으로 간다. 가서 잠 좀 다시 정리하고 후반에 필요한 물건들을 구비 좀 해야겠다. 바람이 불면 얼굴이 너무 시리다. 방한마스크랑 바지를 하나 사야겠다.
오늘 저녁은 오랜만에 먹는 삼겹살과 밥!! 그리고 버섯, 양파 등을 볶아 먹었다. 고탄고지로 요즘 힘든 하루하루를 한순간에 회복되는 느낌이었다.
내일은 18km만 가면 되니 빠르게 가서 대성당 구경하고 데카트론방문을 해야겠다.
21일 차 만실라 데 라스 물라스까지 총 443.5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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