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차 순례길 오늘은 새벽에 온 비 때문인지 오전 내내 안개가 자욱했다. 비가 더 오기 전에 빠르게 걷기 시작한 날이다. 오늘은 배낭 이야기를 조금 해보자면 최근 2-3일 갈비뼈와 가슴이 눌리는 듯하고 통증이 있었다. 오늘 그 이유를 알았는데 며칠 전 배낭 아래쪽 조이는 부분이 있었는데 부피를 조금 줄이고자 꽉 조였었다. 근데 그게 통증의 원인이었다. 아래가 조여지면서 가방 끈의 전체 길이가 작아진 것이었다. 처음엔 처음이랑 무언가 다른 듯 한 기분이었는데 날이 갈수록 가방은 더 무거워지고 통증 생겼다. 오늘 걷다 그 끈을 풀어보니 통증이 싹 사라지고 가방도 다시 가벼워진 느낌이었다. 12km 구간에 나온 바에서 에스프레소와 도넛 몇 개를 먹고 휴식을 취했다. 다음 마을까지 거리가 8킬로 정도 되니까..
오늘은 네 번째 도시 레온으로 들어오는 날이다. 새벽부터 비가 왔다. 8시 이전엔 멈춤 다고 하여 알베르게에서 대기하다가 출발했다. 첫 마을까지는 6km, 다음마을까지는 4km이고 8km 더 가면 레온이다. 10km 지점까지 쭉 달리고 의자에서 쉬며 숨 한번 돌리고 출발했다. 11시 반쯤인가 저 멀리 레온시가 보이기 시작했다. 커브를 도니 더 큰 도시가 보였다. 멀리 조금 하게 성당도 보였다. 레온 외곽부터 대성당까지 6km 정도였고 거의 1시간 넘게 들어갔다. 조금 쉬며 거의 20km를 오니 발바닥도 아프고 쉬고 싶은 시점이었다. 체크인 시간까지 시간이 좀 있어 같이 걷던 어르신(대장님)이랑 점심을 먹었다. 이것저것 시켜 먹었는데 역시 피자는 어디 가도 좋다. 오늘은 호스텔 8인실로 예약했는데 여기 아..
순례길 21일 차 - 지쳐가는 몸뚱이 3일째 20km 중반을 걷고 있다. 하루하루 체력이 100% 충전이 안되고 걷는 기분이다. 잠도 많이 자는데 체력은 더 빨리 소진된다. 오늘은 26km 정도 가는 코스다. 첫 마을까지 7km이다. 첫 마을까지의 체력은 버틸만했던 것 같다. 마을에 도착해 알 수 없는 시나몬 뿌려진 빵이랑 콜라를 먹었다. 한국 있을 땐 콜라를 거들더도 안 봤는데 여기 와서 콜라를 하루 한 캔 썩은 꼭 먹는 것 같다. 걸을 때 이만한 충전제가 없는 것 같다.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있었어도 콜라를 먹었을 것 같다.유럽에서 스타벅스를 제외하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보기 힘들다. 여기서 유일하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은 에스프레소 주문하고 카페 이엘로를 말하면 얼음컵을 주긴 한다. 하지만 내가 아는 ..
순례길 20일 차 유독 힘든 하루였다. 어제 비 맞고 힘들게 걸어서 그런지 오늘 유독 체력소진이 빨리되었다. 2번째 마을까진 가깝다. 그 후부터가 오늘의 지침이 시작됐다. 어제와 다르게 오늘의 시작은 맑은 하늘과 약한 바람으로 시작되었다. 그래도 바람이 약하니 걷는데 힘들지 않은 것 같다. 처음에는 여권이나 지갑, 핸드폰, 워치 등 물건을 꼭 챙기고 다녔었다. 알베르게는 누구나 들어올 수 있고 보통 밤 10시 전까진 오픈되어 있으니까 보조가방에 잘 간수하고 다녔다. 한 4일 차부터인가 보조가방은 걷는데 짐만 되고 배낭 속으로 던져 버렸다. 여권은 배낭 위쪽 주머니, 지갑은 바람막이 안주머니에 넣고 다니고, 알베르게 도착하면 여권은 배낭에 넣어둔 채 그냥 밖에 돌아다닌다. 워치나 버즈도 그냥 공용멀티탭에 ..
날마다 제일 힘들 날이 갱신되는 것 같다. 일단 오늘이 가장 힘들었다. 처음에는 바람이 불고 중간엔 비가 오고 신발을 말리면 격일로 다시 젖는 것 같다. 아침부터 살짝 비가 날렸는데 이때만 해도 그렇게 많이 오지 않았다. 오히려 멈췄다. 오늘 초반 1시간은 거의 강풍과의 싸움이었다. 최대돌풍 140km, 지나가다 보면 부러진 나무들도 보인다. 2시간쯤 걸었을 때인가 돌풍과 함께 비가 오기 시작했다. 조금씩 내리는 듯한 비도 1시간 넘게 맞으니 옷도 젖고 신발도 다 젖었다. 저벅저벅 걸어 다니고 발은 점점 붓고 있다. 첫 번째 마을까지 17km, 도착하니 언제 그렀냐는 듯이 하늘이 맑아지고 있다. 인간적으로 너무 맑았다. 그래도 돌풍은 줄지 않고 계속 불고 있다. 6시간 만에 오늘의 알베르게에 도착했다. ..
순례길 18일 차 오늘은 15km만 가면 되는 짧은 코스다. 더 걸을 수 있지만 다음 마을이 17km 뒤에 있기도 했고, 빨리 들어가 빨래와 긴 휴식으로 레온까지 잘 달려가려고 한다. 어젯밤에 담배를 피우러 나왔는데 하늘에 별이 엄청 보였다. 평소에도 별 보는 걸 좋아해서 추웠지만 꽤 오랫동안 보다 들어온 것 같다. 위에는 천체모드를 켜고 한번 찍어봤다. 아래는 야간사진으로 찍은 거다. 오늘은 호스텔 조식으로 먹었다. 토스트에 오렌지주스, 커피로 먹고 출발했다. 오늘 길은 15km 내내 직진이다. 꺾는 구간도 없고 두 갈래 길도 없이 오로지 하나의 길로 직진뿐이다. 지겨울 정도로 같은 풍경에 강풍만 불어왔다. 오늘 하늘은 엄청 푸른 하늘이다. 구름은 빠르게 지나가고 차가운 바람만 몰아친다. 계~~ 속 걷..
17일 차 순례길의 시작은 좋았다. 비 예보가 있었지만 이런 하루가 될 줄은 몰랐다. 오늘은 팔렌시아 주로 넘어가는 날이다. 오늘의 시작은 이제 산이 있어도 웬만큼 높아선 높아 보이지 않는 언덕이 있었다. 한 150~200미터 정도 디렉트로 걸어 올라간다. 끝까지 올라가서 오늘의 아침을 맞이했다. 걷는 반대편 구름은 먹구름 반 맑은 구름 반이다. 언덕을 오르니 해발 1000미터 정도였고 오늘의 바람이 시작됐다. 걷다 보니 보이는 오늘의 안내판, 390km 정도가 절반쯤이니 조금만 더 가면 반만 더 가면 된다. 오늘의 문제의 놈이다. 저 미친 크기의 폭풍이 오늘의 변수였던 것 같다. 갈리시아지방을 걷는 사람들 만큼은 아니었겠지만 이 쪽 지방도 비바람이 시작됐다. 거의 1시간도 안 되는 시간에 비에 젖고 우..
오늘의 목적지는 19km만 가면 되는 프로미스타다. 거리도 짧은 날이고 길도 평탄하니 걷기 좋은 날이었지만 날씨는 그렇지 않았다. 거의 고도 800-900미터 지방이라 바람도 거세고 비도 올랑 말랑 한 날씨라 꽤 추웠다. 어제부터 바람막이 안에 경량패딩을 입고 있다. 10도지만 바람이 센 편이라 안 입으면 꽤 추울 것 같았다. 순례길을 걸으며 느끼는 것이지만 정말 풍력발전기가 많다. 어제도 계속 보였는데 오늘도 계속 보인다. 근데 이 정도 바람이라면 더 있어도 될 것 같다. 오늘은 걷는 내내 마을이 거의 없다. 10km 지점에 한번 그리고 오늘 도착지에 있다. 이곳은 첫 번째 마을이다. 안 쉬고 걸으니 힘들 때쯤 나와준 것 같다. 오늘은 11.1 스페인 공휴일이라 오픈한 가게가 거의 없다. 그래도 이곳에..
어느덧 순례길 시작한 지 보름이 되었다. 오늘은 부르고스를 떠나 로닐로그 델 까미노로 왔다. 최근 들어 가장 짧은 거리로 20km 조금 넘은 것 같다. 부르고스 시내를 나오는데만 1시간이 넘게 걸린 것 같다. 정해진 순례길이 아닌 옆 공원길로 걸어왔는데 길도 잘 만들어져 있고 이쁜 길이다. 다른 큰 도시와 다른 점은 팜플로나나 로그로뇨에서는 아침 8시 이전에 출발할 때는 청소하는 사람들이나 운동하는 사람들뿐이지만 이곳은 출근하는 사람들도 많이 보였다. 다음 마을까지 한참 걸어오니 드디어 500대가 깨진 476km 구간이었다. 조그만 더 가면 중간지점이다😁조금란 마을이었는데 순례길 관련된 벽화들이 참 많았다. 여기뿐만 아니라 다음 마을에서도 벽화를 본 것 같다. 오늘 20km는 길 자체도 편안한 길이였고 ..
오늘은 대도시중 하나인 부르고스에 도착했다. 전날 미친 듯이 비 맞은 옷들에서는 꿉꿉한 냄새도 나고 신발은 다 마르지도 않은 상태였다. 빨리 도시로 들어가 체크인하고 코인세탁하러 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오늘도 시작은 언덕으로 시작하여 언덕 맨 위까지 올라가니 초원처럼 드넓은 정상에 십자가가 우뚝 박혀있었다. 정상에서 보니 저 멀리 부르고스가 보였는데 체감거리도 10km 이상 돼 보이니 언제 걸어가나 싶다. 내려가는 길에 노란 화살표만 따라갔는데 마을로 가는 길이 아닌 지름길처럼 다른 길로 가고 있었다. 그대로 한 시간쯤 걸었을까.. 부르고스 외곽에 도착했다. 여기서부터 약 한 시간 정도 걸어야 대성당 주변까지 갈 수 있다. 모래밭이나 흙에서 걷다 콘크리트만 밟으면 발바닥이 미친 듯이 아픈 것 같다. 오..
오늘 본래 목적지였던 산 주안 데 오메가를 가려했지만 작은 마을이라 닫은 곳도 많고 풀 부킹이라 어쩔 수 없이 한마을 더 걸어 아게스라는곳으로 왔다. 오늘은 비, 바람과 처음부터 끝까지 같이했다. 출발지인 비야마요르 델 리오부터 빌라프란카 까지 강풍이 미친 듯이 불었고 중간중간 비도 많이 왔다. 오늘은 오랜만에 남은 거리가 보이는 표식을 봤다. 무지개도 쌍으로 볼 수 있었다. 이때만 해도 비가 멈출 줄 알았는데 시작을 알리는 무지개쇼였다. 마을마다 물을 마실 수 있는 수도가 꼭 있다. 이곳에서 항상 물을 채우고 간다. 진짜 목이 마를 땐 이렇게 반가울 수가 있을까? 이 마을을 지나서 산행이 시작된 것 같다. 동시에 비바람도 시작된 것 같다. 모든 길은 진흙탕으로 바뀌고 있고 오늘 가볍게 가려고 하필 트래..
오늘의 순례길 느낀 점 '깝치지 말자' 이틀 연속 30킬로를 걸어보니 조금 더 걸을 수 있을 것 같아서 같이 동행하던 형, 누나와 40km 제안을 했더니 콜 하여 시작된 오늘의 42km 걷기였지만 실패하고 38킬로 마을에서 퍼졌다. 등이 많아 이쁜 나헤라 다리. 이때만 해도 어제 잠도 많이 자고 오랜만에 치즈피자도 먹고 하여 체력이 빵빵해진 상태였다. 오늘의 일출은 구름이 잔뜩 껴있어 정말 붉은 아침으로 시작했다. 일몰땐 가끔 봤지만 일출에 이런 건 처음 본 것 같다. 물론 평생에 아침에 일어나서 일출을 보는 일 자체가 많이 없어서 그럴 수도 있다. 오늘 날씨도 엄청 좋았고 기분도 좋고 길도 좋은 하루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오늘 40km 충분히 갈 줄 알았다. 저 암스테르담 아저씨와 잠시 얘기를 하며 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