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순례길 느낀 점 '깝치지 말자'
이틀 연속 30킬로를 걸어보니 조금 더 걸을 수 있을 것 같아서 같이 동행하던 형, 누나와 40km 제안을 했더니 콜 하여 시작된 오늘의 42km 걷기였지만 실패하고 38킬로 마을에서 퍼졌다.
등이 많아 이쁜 나헤라 다리. 이때만 해도 어제 잠도 많이 자고 오랜만에 치즈피자도 먹고 하여 체력이 빵빵해진 상태였다.
오늘의 일출은 구름이 잔뜩 껴있어 정말 붉은 아침으로 시작했다. 일몰땐 가끔 봤지만 일출에 이런 건 처음 본 것 같다. 물론 평생에 아침에 일어나서 일출을 보는 일 자체가 많이 없어서 그럴 수도 있다.
오늘 날씨도 엄청 좋았고 기분도 좋고 길도 좋은 하루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오늘 40km 충분히 갈 줄 알았다.
저 암스테르담 아저씨와 잠시 얘기를 하며 갔는데 근데 예전부터 내 관상은 컴퓨터인가 보다. 나보고 프로그래머냐고 묻는다. 한두 번이면 모르겠는데 예전부터 그랬던 것 같다. 자기도 프로그래머였고 지금은 순례길을 16번째라고 한다.
걷다 보니 오늘의 도착지 '비야마요르 델 리오'에 도착했다. 사실 이 마을 입구에서 그만 스톱할 생각이었다. 구글맵을 보는데 모든 알베르게는 문을 닫았다고 나왔는데 여기까지 온 프랑스 여성이 나보고 여기서 멈출 거냐고 하길래 방이 없다 하자 위 사진의 바에 있는 알베르게가 문 열었다고 데려와 줬다.
지도에도 나와있지 않던 장소인데 어떻게 알았을까 싶다. 그래도 이 분 덕분에 오늘 잘 곳을 찾을 수 있었다. 형, 누나는 전전 마을에서 퍼졌다고 연락이 왔다.
뜻밖의 방과 뜻밖의 저녁요리가 나왔다. 오늘의 디너 10유로짜리 밥이다. 하루종일 제대로 먹지도 못했는데 마지막에 이런 만찬을 먹게 되었다.
바 직원도 프랑스 여성분도 내가 영어를 못하니 번역기로 알려주고 도와주고 너무 고마운 하루다. 내일 목적지도 같다고 하니 인연이 있다면 또 볼 수 있을 것 같다.
내일은 28km 더 가서 San Juan de Ortega까지 갈 예정이다. 여기까지만 가면 조금 천천히 다시 달려가야겠다.
12일 차 비냐마요로 델 리오까지 총 229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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