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차 우중하산
오늘은 1400 고지서 하산하는 날이다. 밤새 빗소리가 계속 들려 불안한 잠자리였지만 그 불안함은 크게 틀리지 않은 듯싶다.
알베르게에서 조식으로 빵과 커피를 마시고 8시에 비가 잦아든다 하여 8시까지 기다렸다 출발했다.
1000m 이하로 내려가기 전까지 안개와 구름이 자욱하고 바닥은 고인 물과 흐르는 물줄기가 가득했다.
2km 정도 가니 철의 십자가가 나왔다. 이곳에는 돌을 가져가 올려놓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국에서 돌을 가져오는 사람들도 많다. 중간중간 한글로 적힌 돌멩이들도 볼 수 있다.
비도 오고 안개의 수증기들이 바람과 함께 비처럼 날아온다. 바닥은 물이 고여있어 신발이 금방 젖어버렸다.
그래도 비만 미친 듯이 오는 게 아니면 어느 정도 수심까지는 버텨주는 것 같다. 그렇게 밟고 다녔는데 신발 속으로 물이 들어오진 않았다.
천 미터까지 내려오니 이제 안개는 사라지고 구름 바로 앞에 보인다. 조금 더 내려가니 마을이 보였다.
마을에 들어서자마자 저 강아지가 나를 영업해서 이 바로 들어왔다. 안에는 독일 친구가 먼저 와있었고 쉬다 보니 어제 알베르게 묵은 사람들이 다 들어왔다.
아주 좋은 화목난로가 있어 신발과 양말을 말렸다. 양말을 두 겹 신었더니 안쪽 양말은 금방 말랐다. 그래서 다시 한 겹만 신고 나머지를 내려왔다.
걷는 것만 아니면 참 이쁜 동네일 텐데 하산하는 내내 뭘 봐도 이뻐 보이진 않았던 것 같다.
한참을 내려가다 보니 저 멀리 다음마을이 보였다. 규모는 꽤 큰 편이었고 2시간 정도 걸은 후라 휴식하기 딱 좋은 마을이었다.
오늘 걸은 길은 이게 길을 걷는 건지? 개울가를 걷는 건지? 싶을 정도로 많은 물이 흘렀다. 저 마을부터는 이제 산은 없었지만 오늘의 목적지까지 7km가 남은 상태라 속도를 조금 줄여서 걸은 것 같다.
걷다 보면 마을을 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표지판이 딱 정해져 있다. 들어갈 땐 마을 흰색 간판에 마을이름이 검정글씨로 쓰여있고 나올 땐 빨간색 선으로 끝을 그어준다.
휴식까지 약 7시간 조금 넘어 오늘의 알베르게에 도착했다. 이곳은 알베르게보다 호스텔 느낌이 더 드는 장소이다. 생각해 보니 내일은 일요일이니 내일 군것질할 것들 좀 사놓고 자야겠다.
내일 가는 마을은 스페인 하숙촬영지로 유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알베르게는 평이 좋지 않아 가진 않을 것 같지만 구경은 한번 해봐야겠다.
26일 차 폰페라다까지 총 563.8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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