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제주도에 왔으면 한라산 설경은 누구나 보고 싶을 것이다. 겨울철 눈이 오거나 강풍에 통제도 잦은 편이고 올라가도 날을 잘 골라야 되는 걸로 알고 있다.
지난 주말까지 한라산에 50cm가 넘는 폭설로 계속 통제 중이었는데 어제부터 통제가 풀렸다. 한라산 날씨 보는 사이트에 어제보단 오늘 날씨가 아주 맑아서 오늘로 결정했다.
성판악으로 시작하여 관음사로 내려오는 코스를 정했고 겨울에 아이젠은 필수인 것 같고 스틱은 있으면 하산할 때 도움 될 것이다.
성판악이 초보자가 가기 좋다고 하여 결정했다. 나는 계단길보단 산길로 등산하는 걸 좋아한다. 관음사는 계단이 많다고 하여 결정한 이유도 있다.
5시 반쯤 출발을 하여 걸었는데 출발하고 찍을 사진이 없었다. 해가 뜨기 전까지 이 사진 복붙해놓은 길만 계속 걸었다.
첫 번째 대피소까진 50분 정도 걸렸고 물 한잔 먹고 다시 출발했다. 진달래 대피소까지 걷다 숨차면 1-2분씩 숨 고르며 올랐었다. 대피소에 도착할 때즈음 서서히 하늘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대피소는 7시 20분쯤 도착했다. 여기서 한 20분 정도 쉬다가 정상으로 출발했다. 5시쯤 출발하는 사람들이 몇 명 없어 사람은 가끔 한 번씩 보였다.
진달래서 쉬다 출발할 때쯤 일출시간이라 붉은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여기서 1시간 반정도 걸린다고 한다.
여기서부턴 길들이 조금 더 눈이 많이 쌓여있었다. 돌길도 계단도 모두 눈으로 쌓여있어 눈길을 걸으며 올라간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때쯤부턴 나무에 눈결정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사진보다 실제로 보면 훨씬 이쁘다.
조금 더 올라가면 녹색은 보이지 않는다. 오로지 하얀 세상이 시작한다.
하늘이 맑아지며 푸른 하늘에 눈이 너무 잘 어울린다. 모든 길과 나무가 다 이쁘다.
어느 순간부터 구름 위에 걷는 걸 볼 수 있었다. 구름이 별로 없는 곳엔 저 멀리 시내와 바다도 살짝 보였다.
백록담까지 계단이 있는데 계단길도 눈으로 쌓여있어 끝까지 올라가다 보면 도착한다.
정상에 도착했을 때 10명 정도 있었던 것 같고 사진 찍는데 줄 없이 사진 찍은 게 처음인 것 같다. 모두 서로 마음껏 사진 찍어주고 백록담도 맘껏 보고 즐기고 있다.
8시 50분쯤 도착했다. 한 3시간 조금 안되게 걸린 것 같다.
정상에서 보는 구름이 정말 예술이다. 맑은 날씨가 한몫해준 것 같다.
비석은 눈에 좀 파묻혀 아래쪽이 가려졌지만 이 나무 백록담은 위쪽이 눈에 당했다.
얇은 패딩을 입고 올라가다 대피소에서 다 젖어서 두꺼운 패딩으로 갈아입었다. 모든 상의는 다 젖어있었다.
한 20분 정도 사진 찍고 구경하다가 관음사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관음사 코스가 더 어렵고 힘들기에 관음사에서 올라오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내려가는 길도 모두 눈이고 얼어있어 미끄러웠다. 내 싸구려 아이젠은 더 이상 못 버텨 주는 것 같다. 약간 썰매 타며 내려왔다.
이 친구는 무엇일까. 까마귀 같이 생겼는데 저렇게 앉아있다 구름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관음사 쪽으로 첫 번째 대피소에 도착하니 많은 사람들이 밥을 먹고 있었다. 나도 가져왔던 김밥을 꺼내 먹고 다시 출발했다.
한 절반쯤 내려왔을 때부턴 아이젠이 없어도 미끄럽진 않았고 얼은 계단에서만 스틱으로 지탱하며 내려왔다. 슬슬 살짝 뛰어도 될 정도였다.
계곡을 지나니 3킬로 남은 구간이었고 1시간 이내에 도착할 거라 믿었다.
하산 시작 12시 30분. 약 7시간의 한라산 등반이 완료되었다. 꼭 보고 싶던 설경도 백록담도 맑은 날씨에 잘 보여서 즐거운 등산길이었다. 내려올 때 살짝 미끄럼이 무섭긴 했지만 그래도 안 다치고 완주했으니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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